www.freecolumn.co.kr한겨울의 생존 선언, 팔손이꽃2026.01.14.팔손이(두릅나무과) 학명 Fatsia japonica귓불에 스치는 바람, 옷 속을 파고드는 차가움이 온몸을 움츠리게 하는 겨울입니다. 땅 위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활력 감소로 생동감과 활동이 줄고, 작아지는 계절입니다. 햇볕 감소로 생명체가 받아들이는 태양에너지가 부족한 탓입니다. 특히 햇빛이 근본 에너지원인 식물은 직접적으로 영향받을 수밖에 없습니다.지구생태계에는 태양 의존 생명체 외에 심해 열수구 에너지나 지열 에너지에 의존하여 사는 비태양 의존 생명체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며 직접 접하는 세계는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 중심의 태양 의존 생태계입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고, 먹이사슬을 통해 동물에게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식물이 아닌 생물은 서로를 먹으며 에너지를 충만하여 살아갑니다. 태양의 빛과 열은 생물 활동의 기본 리듬을 결정합니다. 식물은 일차적이고 직접적으로 태양에너지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종(種)입니다.식물은 태양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그 에너지는 먹이사슬을 따라 동물과 인간에게 이어집니다. 계절은 태양의 리듬이 만들어낸 생명의 시간표입니다. 봄이 오면 태양 빛과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식물의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곤충·동물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여름이면 식물의 성장과 번식이 절정에 이르고, 가을이면 식물은 씨앗을 남기고 잎을 떨궈 겨울을 준비합니다. 이윽고 겨울이 되면 식물은 휴면하고 동물은 월동·이동·겨울잠 등 생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의 순환 법칙입니다.이처럼 태양 의존 생태계에서 계절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생명 활동을 조율하는 거대한 지휘자와 같습니다. 봄의 시작은 희망이고, 여름의 풍요는 번식이며, 가을의 결실은 준비이고, 겨울의 침묵은 생존입니다. 태양이 만들어낸 계절의 리듬은 곧 생명의 리듬이며, 모든 생물은 그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거대한 합창단의 일부입니다.이 순환 법칙을 어기고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 생명의 리듬에 따른 거대한 합창에 역행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잎새도 꽃도 모두 져버린 앙상한 겨울 산과 들에 푸른 잎을 내고 더구나 꽃까지 피우는 식물들을 보면 참으로 대견해 보입니다. 한겨울엔 푸른 잎새만 보아도 독야청청이라 칭송하는데 꽃까지 피우는 식물을 만나면 그 반가움이 몇 곱절 클 수밖에 없음은 오직 꽃쟁이들만의 마음이 아닐 것입니다.그런데 거대한 대자연의 합창과 같은, 생명의 리듬을 이탈한 겨울꽃을 인간 세상사에 비유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대단하고 장해 보이는 겨울꽃 식물을 보며 전에 없던 새로운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식물이 숨을 고르는 계절, 숲은 잎을 거두고, 산과 들은 황량하게 얼어붙고, 바람조차 거센 한겨울의 적막감, 그 한가운데 불쑥 꽃대 올려 피워낸 겨울꽃, 그중의 하나가 팔손이꽃입니다. 이웃들이 숨을 멈춘 자리에서 홀로 피어난 이 꽃은, 계절의 법칙을 거슬러 살아가는 한 존재의 독립선언 같습니다. 도대체 이 팔손이는 어떤 식물일까? 왜 한겨울에 꽃을 피우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한겨울에 펼치는 푸른 잎새와 풍성한 고깔 꽃망울, 팔손이꽃팔손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 관목으로, 영하 5°C까지 견디나 내륙 추위에는 약해 부산, 경남, 전남의 해안가, 거제도, 제주도, 울릉도 등지에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남부 지방의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손이는 잎이 손가락처럼 7~9갈래(보통 8개)로 깊게 갈라진 모습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보통 키가 2~3m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는 밑부분에서 여러 개가 올라와 커다란 포기를 형성합니다. 바닷바람에 강하여 바닷가 숲,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며,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 실내 관엽식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경남 거제시의 비진도 팔손이 자생지는 북방한계선으로서의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잎은 지름 20~40cm로 국내 식물 중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에 속하며 가죽처럼 질기며 윤기가 납니다.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갈래 조각에는 잔톱니가 있습니다. 줄기는 어릴 때는 녹색이지만 자라면서 갈색으로 변하고 열매는 이듬해 5월경에 까맣게 익으며 동그란 구슬 모양입니다.팔손이는 잎 모양도 이채롭지만, 꽃 모양이 매우 특이합니다. 팔손이의 꽃은 추위가 시작되는 10월~12월에 핍니다. 줄기 끝에서 커다란 고깔 모양 꽃차례가 발달하며, 꽃들이 작은 우산 모양 꽃차례로 몽글몽글 모여 달립니다. 마치 하얀 공들이 여러 개 매달려 있는 듯한 입체적인 모습입니다. 꽃잎은 5개이며 우윳빛을 띤 흰색입니다. 개별 꽃은 아주 작지만, 수십 개가 모여 지름 3~5cm 정도의 둥근 송이를 여러 개 매달아 커다란 꽃 더미를 이룹니다. 꽃에서 달콤한 향기가 강하게 나며, 꿀이 많아 겨울에도 활동하는 파리나 벌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겨울철 곤충들에게 귀한 식량을 제공하는 식물입니다.팔손이는 약용, 공기 정화, 조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관절통 완화, 해열, 피부 질환 치료 등에 민간요법으로 활용되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파트신(Fatsin)이라는 사포닌 성분의 독성 때문에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꽃말은 ‘순결’, ‘희망’, ‘변치 않는 사랑’ 등으로 알려져 있는바, 이는 흰색 꽃이 청초함과 순수함을 상징하고,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 강인함에서 비롯된 의미로 해석됩니다.찬바람 속 성장을 멈춘 바닷가 숲, 그늘진 곳에서도 외로이 피어난 하얀 무더기 꽃은, 계절의 법칙을 거슬러 살아가는 별남의 선언 같기만 합니다. 차갑고 메마른 계절에 피어난 꽃이기에 더욱 눈에 띄고,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세상의 리듬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계절을 살아가는 용기의 산물인가? 세상의 흐름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은 외로움일 수 있지만, 동시에 독창성이고, 생존이며, 전략이기도 합니다. 배고픈 겨울 산새에 먹이도 제공하고 눈고픈 꽃쟁이들에게 눈요기도 선사하니 계절의 역행은 고집이 아니라 자기만의 길이며, 다름은 고독이 아닌 특별함으로 보입니다. 일반 보편과 다른 시기에 피워내는 용기, 그것이 후손을 이어가기 위한 진정한 생명의 힘인가 싶기도 합니다. 팔손이의 겨울꽃을 보며 칭송하고 싶은 마음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해 봅니다.<팔손이 겨울꽃>한겨울 차가운 적막 속숨 멈춘 겨울 숲에외로이 솟아난 하얀 꽃대계절 거슬러 숲의 침묵을 깨뜨린다.월동의 침잠 속 휴면의 시간에홀로 피어난 하얀 꽃 무더기는별난 듯, 다른 듯, 외로워 보이나온몸으로 밀어 올린 고달픈 투쟁일 터.차가운 바람에 흔들리고 떨면서계절의 리듬을 거스르는 우윳빛 하얀 꽃.널찍한 푸른 잎 펼쳐 하늘 우러러팔손이 겨울꽃은 말한다.역행이 아닌 나의 길이고다름이 아닌 나의 생이며후대를 위한 생존의 선언이라고.(2026. 1. 14 풀지기)*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필자소개박대문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 『꽃쟁이 여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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