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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허련(許鍊)과 초의선사(艸衣禪師-의순(意恂)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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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남종화를 대표하는 소치 허련(許鍊)은 초의선사(艸衣禪師-의순(意恂)와 조선 후기 차 문화와 예술 교류의 중심에 있던 스승과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1835년 26세의 소치 허련(許鍊)이 50세의 해남 대흥사 일지암의 초의선사(艸衣禪師)를 찾아가면서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초의선사는 허련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아낌없는 후원을 하여, 초의선사는 허련에게 시, 선(禪), 차 문화를 가르쳤고, 해남 녹우당의 윤두서 화첩 등을 볼 수 있도록 주선하는 등 그림 공부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은 그의 유학과 시(詩)의 스승이 됐고, 초의선사(艸衣禪師)는 1839년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학자였던 동갑내기 추사 김정희에게 소치 허련(許鍊)을 소개해 주어 평생의 지기지우(知己之友)가 되어 조선 남종화의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이 되었습니다. 소치 허련(許鍊)은 제주도에 있던 추사에게 초의선사가 손수 법제한 차를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소치 허련(許鍊)은 그들의 지도를 받아 시·서·화 삼절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위 사진은 860년(철종 11) 7월 22일에 전주에 있던 소치 허련(許鍊)이 초의선사(艸衣禪師-의순(意恂)에게 보낸 간찰입니다. 객지에서 조카와 아우 허전(許塡)이 연달아 세상을 떠난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운 심정을 토로하며 돌아갈 계획이 요원한 자신의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해 소치 허련(許鍊)은 아우 허질(許質)의 일로 전주에 갔는데, 조카와 아우가 사망한 이후 아우 식구들에 의지하며 전주에서 눌러살게 됩니다

[一爐香室 侍童]

完客奉狀暑盡而凉風漸熾 謹詢時下 禪悅嘉晏 不以經夏而有所瑕損耶 憶懸無已 痴業海風瀾 孤掉未返 畢竟遭禍不測 姪先而弟後 招魂於客地 是豈人理可堪者乎 寧欲澁然而挂搭至此耳 歸計從此 杳然 而想到溪寺月禪 寔不禁耿慮之懷耳 適此雲谷見徑 撥擾略伸 不禮庚申 七月 念二日 許鍊 叉手

해설- [일로향실(一爐香室)의 시동(侍童)에게] - [완객(完客) 올림]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차츰 불어오는 때에, 삼가 여쭙건대 요즈음 선열(禪悅)께서 편안하신지요. 여름을 지내시는 동안 조금이라도 편치 않으신 일은 없으셨는지 자나깨나 그리운 마음 비길 데 없습니다. 어리석게도 세속이라는 업계(業海)의 풍랑 속에서 외로운 배가 돌아가지 못하더니, 끝내 예측하지 못한 화를 당하여 조카가 먼저 죽고 뒤이어 아우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객지에서 그 영혼을 불러 사당에 모셔야 하니, 이것이 어찌 사람의 이치로서 견딜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차라리 참담하고 부끄러운 심정으로 여기에 머물며 스님께 의지하고(挂搭) 싶을 따름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은 이로부터 아득해졌으나, 계곡의 절과 달 아래의 선방(禪房)을 생각할 때마다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회포를 금할 수 없습니다. 마침 운곡(雲谷)으로 가는 길을 얻었기에, 시끄럽고 번잡함을 무릅쓰고 간략히 마음을 전합니다. 예법을 다 갖추지 못합니다. 경신년 7월 22일, 허련(許鍊) 두 손 모음.

 문맥 해설 : 

초의선사가 거처하던 대흥사 일로향실(一爐香室)의 시동편으로 올린 편지입니다. 소치 허련은 자신을 완도(莞島)에 머물던 때의 인연을 담아 '완객(完客)'이라 명시했습니다.

  • 禪悅嘉晏 (선열가안): 참선하는 기쁨 속에서 편안하게 지내심을 뜻하며, 스님의 안녕을 기원하는 서간 표현입니다.

  • 姪先而弟後 (질선이제후) / 招魂於客地 (초혼어객지): 세속의 거친 풍랑 속에서 조카와 아우를 연달아 여선(喪事)을 당하여, 타향에서 그 넋을 달래는 억울하고 비통한 심정을 자탄하는 핵심 구절입니다.

  • 挂搭 (쾌탑/걸탑): 스님이 수행을 위해 다른 절에 머무는 것을 뜻하는 불교 용어로, 세속의 큰 슬픔을 겪은 소치가 차라리 모든 걸 내려놓고 초의선사의 처소에 의지해 머물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입니다.

  • 溪寺月禪 (계사월선): 초의선사가 계신 산사의 그윽한 풍경과 참선하는 모습을 상념하며 그리워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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