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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공파 32세 허정진(필명 : 허석), 백교문학상 수상

     어머니의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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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옛집 허청에 덩그러니

대 끊긴 유산처럼 홀로 걸려있는 호미

무너진 담장너머 숨어있던 바람이

새척지근한 땀내를 한 움큼 떨구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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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것이 죄이기라도 한 듯

따개비처럼 땅에 붙어 엉금거리는 생(生)

비탈진 뙈기밭도 문전옥답만 같아서

자식새끼 양육하듯 밭이랑 끌어안는 시간마다

둥글게 몸을 말은 그림자도 뒤뚱거리며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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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궁법 익힌 마법사처럼

세상 모든 생명들을 심고, 키우고, 꽃피우는

날래고 능수능란한 호미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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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붉게 물들고서야 간신히

눈에 띄는 빈자리 후비적대며 걸어 나오면

석고처럼 굳어진 몸뚱이

담장 싸리나무 꽃들이 한꺼번에 홍자색 울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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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떼 같은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허구한 날 가슴이 타고 등뼈가 휘는 날들

잡초처럼 땅을 움켜쥐고 사는 손을

놓지 못하는, 그 인고는

갈퀴손 같은 신체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

뼈를 갈아 자식 몸에 붙여주듯

닳고 또 닳은 호미

사마귀처럼 날씬하고 강단 있는 몸태는

조막손 같은 정물화로 남아

등 굽은 몸 그림자 밟으며 어머니가 걷고 있다

 

(백교문학상/2017)

[출처] 어머니의 호미|작성자 허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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